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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22

2022년 5월 21일: 기사식당에서의 단상

by 세지니어스 2022. 5. 22.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의 변화를 갖기 힘들다고 하는데 어제 기사식당에서 느꼈던 이질적인 감상을 기록하고자 일기를 쓴다.

 

주말에 우연한 계기로 강동에 김치찌개만 단품메뉴로 취급하는 기사식당에 갔다. 딱 들어가는 순간 사장님이며 손님이며 얼굴에 담겨있는 무미건조함과 지루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엔 김치찌개가 맛이 없을 거 같단 의문을 가졌으나 막상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게 아닌가.

두툼한 고기며 진한 국물까지 내가 딱 원했던 김치찌개였다. 보통 나는 입맛이 까다롭단 말을 주위로부터 들으며 살아서 이 정도면 다른 분들도 웬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사식당이니까 가격도 착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이리 사람들의 얼굴엔 이리도 표정이 없는지 의아했다.

 

나중에 밥먹고 까페에 가서 Metropolis의 Paris와 관련된 부분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산업화가 잠식한 대도시 생활은 점점 더 고도화된 분업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농촌에서 서로 협동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는 점점 단절되고 현대인의 노동은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게 되고 녹록치 않은 생활로 인해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개인은 저마다 단절이 되는 것이다.

 

놀라운건 이러한 생활이 산업혁명이 일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다. 

생활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독함은 거의 누구에게나 스며들어 있을것이다.

 

이런 현상을 관찰할때면 항상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당신들은 과연 왜 당신의 삶이 이렇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저 계획된 단절에 그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건 아닌건지.

감정이 없는 사회다. 이럴 수록 더욱 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자아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이어간다. 

 

나의 이 투쟁은 자본주의에 끌려가는 투쟁이라기 보단 대항하는 투쟁에 더 가깝다.

모든 사람이 본연의 인간다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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